메타가 스레드(Thread)를 출시한 이유와 관전 포인트
메타가 출시한 스레드(Thread)가 아주 뜨겁습니다. 최단기간에 1억명의 사용자를 모은 앱이라고 하죠. 출시 5일만에 이와 같은 기록을 달성했는데, 그야말로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메타가 왜 스레드를 출시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보고, 비즈니스의 입장에서 스레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메타에 근무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메타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큰 질문들을 던지고, 여기에 대해 짧은 답을 적는 형태로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메타에게 스레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터넷 기업의 매출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사용자 수 x 사용자 당 매출’ 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인터넷 기업은 사용자 수를 늘리고, 사용자 당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스레드는 이론상으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해줄 수 있습니다.
일단, 메타로써는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서비스를 런치한 셈입니다. 메타가 그 역사상 트위터와 비슷한 기능들을 출시한 적은 있었어도 (예를 들어 이전에 페이스북에 출시했다 접었던 ‘트렌딩’ 기능이나, 해시테그, 멘션 등) 트위터와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를 런치했던 적은 없습니다. 스레드를 출시함으로, 메타는 지금 메타의 서비스들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을 신규로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메타가 빠르게 런치했다가 접은 수많은 서비스들과는 다르게, 스레드는 이미 트위터를 통해 거의 15년동안 검증된 성격의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이미 작동하는 무언가를 런치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트위터 클론들이 나왔습니다만, 하나같이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지요. 새롭게 시작하는 서비스들은 자체적으로 소셜 그래프를 처음부터 쌓아야 했으므로, 트위터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메타의 경우는 인스타그램의 소셜 그래프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소셜 그래프를 그대로 카피해 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론상 Day 1부터 네트워크 효과를 차고 넘치게 누리면서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을 신규로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 완벽합니다. 그 결과로 5일만에 1억 사용자를 달성한 것이구요.
또한, 사용자 당 매출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텍스트 데이터를 새롭게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한 번 보겠습니다. 이미지와 동영상 위주의 서비스지요. 텍스트는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릴스나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피드에도 텍스트를 길게 적지 않지요. 실제로 확보되는 사용자 당 텍스트 데이터는 많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어떨까요? 아직도 막대한 사용자 수를 보유한 서비스지만,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연히 꺾인 서비스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성장세가 이미 꺾였거나 주춤하죠. 젊은 층에서의 이탈은 더 많습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에서도 사용자들의 텍스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M, 왓츠앱은 물론 텍스트지만, 아무리 메타라도 이 데이터들을 확보하여 활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메신저는 극도로 사적인 영역으로, 서비스 제공자가 사람들의 대화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광고 상품 등등에 활용하게 된다면 막대한 역풍을 맞게 됩니다. 따라서, 메타는 공식적으로는 이런 메세지 데이터들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비공식적으로 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메타에서 사용자 당 활용할 수 있는 텍스트 데이터는 많지 않습니다.
스레드는 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트위터는 헤비 유저들은 하루에도 10-20개씩 트윗을 날립니다. 스레드도 활성화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스레드를 이와 같이 활발하게 사용하게 된다면 메타로써는 그간 활용할 수 없었던 막대한 텍스트 데이터들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 동영상 관련 행동 데이터들에 더해 텍스트 데이터들을 대규모로 확보하여 메타의 광고 상품과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데 고스란히 활용될 것입니다. 그 결과는 사용자 당 매출의 순증이 될 것이구요.
광고 상품은 항상 서비스에 후행하기 마련이기에, 스레드 자체에서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체 사용자의 순증을 노릴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당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습니다. 메타에게는 그야말로 꽃놀이패가 아닐 수 있습니다.
왜 지금인가?
그동안 메타가 이와 같은 서비스를 런치할 수 없어서 런치하지 않았는가, 아니면 이와 같은 효용성을 몰라서 하지 않았는가 하면 전혀 아닙니다. 그럼 왜 지금 런치했을까요?
사실, 스레드는 그야말로 대놓고 카피한 서비스입니다. 스토리나 릴스처럼 일부 기능을 카피한 수준이 아닙니다. 서비스 전체를 카피해서 새로이 런치한 것이니까요. 이처럼 대놓고 카피한 서비스를 런치할 때 주요 고려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1) 카피 대상의 사용자들을 뺏어올 수 있는가? 2) 여론이 많이 악화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가? 지금은 이 두 가지에 대한 답이 모두 Yes입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 덕분이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유료 기능 출시, 무료 사용자들의 사용량 제한, 자신에 대한 비판 계정 삭제, 극우 성향 사용자들 계정 복구 등등의 독단적인 조치들로 인해 트위터 사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사람들이 트위터를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다면 사용자들을 뺏어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트위터 사용자들의 여론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면, 훨씬 수월하죠. 트위터 사용자들을 뺏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점입니다.
게다가 카피 서비스의 공격 대상은 트위터가 아닌 일론 머스크입니다. 트위터는 지금 사실상 머스크의 개인 회사로 봐도 무방합니다. 지분 구조만 봐도 그렇습니다. 인수 후 아예 상장 폐지를 해버렸고, 직원들의 80%를 정리해고하기도 했습니다. 공격 대상이 최근 수 년간 온갖 기행으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했던 세계 최고의 부자라면, 카피 서비스를 런치하더라도 전방위적인 비난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기겠죠.
지금 이 시점은 메타가 스레드를 출시하기에 최적의 시점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노리고, 벼르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추어서 출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레드 출시는 메타에게 얼마나 이득일까?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사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했고, 대부분이 신규 사용자로 구성되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사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했으나,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기보단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옮겨오는 경우입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당연히 큰 이득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손해를 본 것도 없지요. 두 번째 경우는 가장 큰 이득입니다. 인터넷 기업 가치평가의 절대 지표는 사용자 수입니다. 그 다음이 사용자 당 매출입니다. 그 이유는, 사용자들이 있으면 어떻게든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사용자들이 많이 유입된다면, 메타 서비스들 전체적으로 사용자들이 늘어나겠죠. 이 경우 메타는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됩니다. 만약, 신규 사용자들은 별로 없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옮겨오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는 이득이 덜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사용자 당 매출 창출 능력이 입증된 서비스입니다. 스레드는 그렇지 못하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옮겨오고, 결과적으로 인스타그램을 덜 사용하게 된다면, 메타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가 고도화되고 스레드에서도 매출이 발생하면서 상쇄되겠지만요.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메타는 신규 사용자들을 확보하는데 더 집중할 것입니다. 그 타겟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되겠죠.
계속 흥행할까?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까?
이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느 정도는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가 빠르게 망할 것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인스타그램만큼 대규모의 서비스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해주지 않는 보완적인 기능들을 제공해주면서 트위터에는 대체제로, 인스타그램에는 보완재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크게 망할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궤도에 오른 상태로 당분간은 존속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타에서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구요.
이번 출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
인스타그램 기반으로 출시되고, 인스타그램과 연동했다는 것에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기존 메타의 방식이었다면 무조건 페이스북 기반으로, 페이스북 계정 기반으로 출시했을 것입니다. 물론, 개별 서비스들의 특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Family of Apps로 접근하는 메타의 특성 상 어떤 서비스와 연동해서 출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서비스의 활성화 정도나 서비스의 보완재 성격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았을때 인스타그램과 연동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만,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연동해서 출시하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메타의 개발 철학이 유연하게 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광고 상품은 출시될까?
스레드가 망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확실하게 출시됩니다. 그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그 형태는 지금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광고의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메타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서비스간 호환되는 형태로 광고를 유통시킬 것이고, 스레드 자체적으로 광고 포맷을 만들어 돌리기에는 스레드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보다 사용자가 많아질 것 같지는 않기에 그렇습니다.
비즈니스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비즈니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트위터는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었고, 사용자 수도 충분하지 않았죠.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서비스기에 진입장벽도 덜하며, 사용자 수도 당분간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점 효과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고리즘을 타고 띄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스레드에 초기에 진입해 놓는다면 이와 같은 고통 없이도 많은 도달을 발생시킬 수 있겠죠. 스레드는 충분히 활용해볼만 하고, 비즈니스 입장에서 스레드를 개설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야말로 지난 주에 출시된 서비스이기에 어떤 성공 방식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스레드를 운영해 보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보며 어떤 방안들이 있을지 파악해보려 합니다.